언론인연합협의회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구명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정권 실세 보좌관 박모씨는 21일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씨로부터 SLS그룹 관련 민원을 받아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는 쪽에 전해줬다"고 밝혔다.

   박 보좌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008년인가 2009년께 문씨로부터 'SLS그룹 워크아웃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민원을 들었는데 여러 점에서 의혹이 있어서 받은 자료를 기관 관계자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씨와는 친분이 없으며 인사차 왔다거나 해서 몇 차례 만났었다"며 "문씨가 SLS 민원을 딱 한 번 했는데 보통 하듯이 국회가 아니라 굳이 커피숍에서 보자고 했고, 안 만나려 했지만 들어만 보라고 해서 만난 것"이라고 했다.

   박 보좌관은 "그 민원을 할 때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얘기가 끝나고 부담 갖지 말라며 회사기념품이라는 작은 상자를 두고 갔다"며 "화려한 붉은 포장으로 된 것이었고 판촉용 정도로 생각했는데 열어보니 여성용 시계더라. 고가로 보여 받을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다음날 문씨를 국회로 오라고 해서 돌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시계를 되돌려준 것을 제외하고 어떤 금품을 받은 적도 없고 받을 이유도 없다"며 "지금 언론에서 보도되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 보좌관은 "당시 의원은 이런 상황을 전혀 몰랐고, 이번 국정감사 때 관련 의혹을 제기하니까 그때야 비로소 알게 됐다. 의원에게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박 보좌관이 문씨를 만난 자리에는 이 회장이 동석해 SLS그룹 관련 민원을 직접 청탁한 부분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심재돈 부장검사)는 이 회장이 박 보좌관에게 바로 금품을 건넸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박 보좌관이 정권 실세 로비의혹을 밝혀줄 핵심 인물로 보고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문씨를 불러 이 회장으로부터 받은 고급시계를 박씨에게 선물했다 되돌려받은 경위 등을 추궁했다.

   앞서 문씨는 2009년 창원지검의 SLS그룹 수사를 무마하고 SLS그룹을 워크아웃 대상에서 빼내는 데 협조한다는 명목으로 이 회장으로부터 7억8천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19일 구속됐다.

   검찰은 박 보좌관을 곧 소환해 금품수수와 청탁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하지만 박 보좌관은 "나는 민원담당 보좌관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1천건 이상 (민원을) 받아봤다"며 "민원이 제기되면 사실확인이 필요할 경우 알아봐 주는 일을 한다"고 제기된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그는 "출국금지 얘기도 금시초문으로, 검찰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honeybee@yna.co.kr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