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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수만 1만2천명 육박, 3분의 1은 개점휴업
대통령·국무총리 소속 위원회에 예산 편중

   비효율적인 정부위원회 운영이 현 정부에서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감소했던 위원회 수가 다시 늘고 있고, 전체의 3분의 1은 지난 1년간 단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아 이름뿐인 위원회라는 지적이다.

   대부분이 법적 권한이 없는 자문위원회이고, 예산 운용이 각 부처 소관이어서 일괄적인 관리가 어렵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각종 정비조치를 강구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현재 설치된 정부위원회의 규모와 위원 수, 설치일, 회의실적, 예산 등 각종 통계를 분석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짚어본다.


◇ 위원 숫자만 1만2천명 육박 = 연합뉴스가 7일 행정안전부를 통해 입수한 '정부위원회 운영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30일 기준으로 대통령, 국무총리, 부처 산하로 설립된 정부위원회는 총 499개로 나타났다.

   한 위원회를 구성하는 근거법령상의 위원 수는 최소 4명(소방방재청 재해경감대책협의회)부터 최대 840명(교육과학기술부 교육과정심의회)에 달하는데 이들을 모두 합치면 최소 1만1천804명에서 최대 1만1천849명이나 된다.

   우리나라 총인구를 4천858만명으로 볼 때 4천100명 중 1명은 정부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는 셈이다.

   물론 국무총리, 장관 등 당연직과 민간위원의 겸직 등을 감안하면 실제 위원 수는 이보다 적겠지만 1만2천명에 가까운 위원 규모는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지적이다.

   위원회가 언제 설치됐는지를 확인한 결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2008년 2월25일 이후 신설된 위원회가 158개로 나타났다. 위원회 세 곳 중 한 곳이 이 대통령 취임 이후에 출범한 것이다.

   특히 대통령 직속 행정 및 자문위원회의 경우 18개 중 11개가 현 정부 들어 신설됐다.

   참여정부 말기인 2008년 2월 579개였던 위원회 숫자는 이명박 정부 들어 2009년 6월 461개, 2010년 6월 431개로 줄어들다가 올해 6월에는 499개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참여 정부를 '위원회 공화국'이라고 비판했던 이명박 정부도 결국 위원회 공화국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3분의 1은 지난해 개점휴업 = 더 큰 문제는 이처럼 많은 위원회의 셋 중 하나는 지난해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을 정도로 유명무실하다는 데 있다.

   위원회 전체의 회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139개(28%)는 지난해 회의 실적이 전혀 없었다.

   회의 횟수가 1회인 위원회는 총 63곳이었고 2회는 50곳, 3회는 40곳이었다.

   회의 횟수가 1년에 5차례 이하인 위원회는 총 348곳이나 됐다.

   문서로 의견을 제시하는 서면회의를 제외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국회 정무위 권택기(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전체의 37%에 달하는 186개 위원회가 지난해 위원들이 출석하는 본회의나 분과회의를 전혀 열지 않았다.

   출석회의를 기준으로 회의 횟수가 5차례 이하인 위원회는 370개로 전체의 4분의 3에 달했다.

   위원 구성이 제대로 안 돼 개점도 못하고 휴업한 위원회도 있었다.

   국무총리 소속 유아교육보육위원회와 보육정책조정위원회는 만들어진 지 6∼7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위원 구성이 안 돼 회의를 열지도 못하고 있다.


◇ 대통령·국무총리 소속에 예산 편중 = 위원회 운영에 배정된 올해 정부 예산은 총 2천836억여원이었다.

   이중 대통령과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에 배정된 예산은 2천212억여원으로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가장 많은 예산이 배정된 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 행정위원회인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로 957억여원이 배정됐다.

   2위는 국무총리 소속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심의위원회'로 456억원 수준이었다. 행안부는 두 위원회의 예산이 많은 것은 피해자 보상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문위원회로는 대통령 소속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예산이 87억6천여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녹색성장위원회,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등에도 각각 300억∼800억원 규모의 예산이 배정됐다.

   녹색성장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국가브랜드위원회 등의 경우 위원과 사무국 직원을 합친 수가 100명에 육박하는 '거대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 부처별 현황은 =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모두 18개가 운영되고 있다.

   행정위원회인 규제개혁위원회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17곳은 모두 자문위원회다.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는 56개이며, 가장 많은 위원회를 보유한 부처는 58개를 거느린 국토해양부로 나타났다.

   20개 이상의 위원회를 거느린 부처는 보건복지부(42개), 교육과학기술부(41개), 지식경제부(33개), 농림수산식품부(27개), 행정안전부(27개), 기획재정부(21개), 법무부(20개) 등이다.

   국방부(17개), 고용노동부, 환경부(이상 16개), 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이상 14개)에도 10개 이상의 위원회가 소속돼 있다.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