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장관에 상응하는 공식 카운터파트가 불명확하고, 2005년 12월 당시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방미 이후 6년 만에 추진됐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이 때문에 취임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이뤄진 류 장관의 방미 배경과 의미가 더 주목받고 있다.
류 장관은 방미 기간 빌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을 비롯해 짐 웹(민주당) 상원 동아태소위원장 등 의회 관계자,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연구원 등 한반도 전문가들과 만났다.
류 장관의 이번 방미는 크게 3가지 의미를 띠고 있다. 우선 취임 이후 '유연성 확대'에 무게를 두고 추진해온 대북정책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이에 대한 미측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미 측은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유연성을 확대하겠다'는 류 장관의 대북정책 실체에 관심과 궁금증을 표시해왔고, 이 때문에 류 장관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장관은 번스 부장관과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비정치 부문에서의 교류허용과 지원확대 등 유연성 확대 조치의 내용과 취지를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미측 관계자들은 "생각을 같이한다" 등 대체로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한미간에 긴밀한 협의와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햇볕정책과 다르다"고 언급한 것도 남북관계의 지나친 보폭을 혹시 우려할지도 모를 미측을 염두에 두고 나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통일외교' 확대다.
류 장관은 한반도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해 "기본적으로 남북이 추진하는 것"이라면서도 "이를 위한 주요한 환경을 구성하는 것은 한반도 주변 4국이고, 특히 미국과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정책의 대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통일부장관으로서 현장에서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통일에서 넘어야 할 주변 4강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통일의 걸림돌이 아닌 지지세력으로 이끌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류 장관은 방미 이후 조만간 중국 방문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이달 말 방중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북 메시지가 있다. 류 장관은 방미 기간 관련 언급을 통해 북한에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던졌다.
"제1의 카운터파트는 북한 당국이다", "북한이 핵 포기 결단을 내리고 새로운 변화의 길에 들어선다면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와 공조해 전폭적인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언급이 그것이다.
유연성 확대 조치에 대한 북측의 호응을 간접적으로 촉구하는 한편, 북측과 대화채널이 열리면 천안함ㆍ연평도 사건 등에 대한 북측의 태도변화 유도를 통해 실질적인 관계 개선을 모색하겠다는 포석이다.
또 방미를 통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함으로써 북한이 남측을 통하지 않고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어렵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전달하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2일부터 워싱턴D.C.를 방문중인 류 장관은 4일 뉴욕으로 이동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가 마련하는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정책 설명회를 한다. 5일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인도적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7일 오전 귀국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