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연합협의회

20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집권 사회당에 압승, 차기 총리가 확실시되는 중도우파 국민당(PP)의 마리아노 라호이(60) 대표는 신중하고 온화하면서도 집념이 강한 인물로 통한다.

   라호이 대표가 2004년과 2008년 총선에서 잇따라 사회당에 패했음에도 축출되지 않고 '2전 3기'의 승리를 이룩한 이면에는 권위주의적이고 관념적이었던 기존의 국민당 지도자들과는 다른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1951년 판사의 아들로 태어나 전형적인 북서부 갈리시아인으로 자란 라호이 대표는 주위 사람들의 말을 신중히 경청하는 온화한 인물로, 주도권을 행사하기보다는 인내심과 자제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20대 중반 정계 입문 직전에 부동산 등록업무를 보기도 했던 그는 1980년대에 갈리시아 지방의회 의원을 거쳐 중앙 정계에 진출,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로페스 전 총리 시절에 내무장관 등 4개 부처 장관직을 역임했다.

   하지만 국제 경험이 별로 없고 영어도 잘 구사하지 못하는데다 현재의 위기 극복 과정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아 위기의 스페인호(號)를 잘 이끌어나갈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별로 위기관리자 같지 않은 인물"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내심이 많고 자제력이 강한 그의 성품이 '장거리 주자'와 비슷해 현재 처한 스페인의 경제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많다.

   스페인 명문 구단인 레알마드리드의 팬으로 결혼해 두 자녀를 둔 라호이 대표는 "한 달에 최소한 31일은 걷는다"고 말할 정도로 걷는 것을 좋아한다.

   사이클 선수 경력도 있는 그는 시가를 가끔 피우며 자동차 사고로 생긴 흉터 때문에 면도를 하지 못하게 된 이후 턱수염을 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선 유세 과정에서 "연금과 건강보험, 교육 부문을 제외한 모든 분야를 손질하겠다"고 공약한 라호이 대표가 총리 취임 후 어떤 방식으로 스페인을 이끌어갈지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hong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