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국제통화기금(IMF) 재정 확충과 관련해 '원론적' 합의만 이끌어내는데 그치자 '한 것도 아닌, 그렇다고 안 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합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일(현지시간) 발표된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코뮈니케)에 따르면 각국 정상들은 세계적 금융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IMF 재원을 확충해야 한다는데 원칙적으로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각국이 분담할 액수나 재원확충 방법, 일정 등 각론에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내년 2월 열릴 G20 재무장관회의로 배턴을 넘겼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유럽 재정위기 해결이 주요 논의 대상이었음에도 이처럼 유로존 위기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립서비스'만 나온 데에는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역외 국가들의 부정적 태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주로 개발도상국이 IMF에 손을 벌렸지만, 최근에는 유로존이 채무위기 해결을 위해 IMF에 의존하는 만큼 확충된 IMF 재원은 결국 유럽 일부 국가들의 발등의 불을 끄는데 쏟아부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유럽 국가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같은 '큰 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불충분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IMF를 지원하는 것은 영국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 IMF 재원 확충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다만, 그 돈이 유로존 구제금융 자금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결정적인 단서를 달았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유로존 역외 국가들은 유로존 구제를 위해 IMF 자금을 증액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유럽 재정위기 해소의 열쇠가 될 IMF 재원 확충 논의가 내년 2월까지 보류된다는 점은 거꾸로 재정위기 사태의 전개 양상이 IMF 재원 확충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국가 부도라는 벼랑 끝에 서 있는 그리스와 '다음 타자'로 여겨지는 이탈리아는 알아서 발등의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이다.
회의 의장을 맡았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세계 각국이 유럽 재정위기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면서 회의의 성과를 애써 포장했으나 G20이 유럽에 구체적인 도움의 손길을 건넬 것으로 기대했던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영국 BBC의 스테파니 플랜더스 경제 에디터는 프랑스가 다른 G20 국가들이 유로존을 위한 재원을 출연하도록 설득하지 못했다며 코뮈니케에 IMF 재원 확충에 대한 세부사항이 명시되지 않은 만큼 유럽 재정위기국 구제를 위한 이번 '실험'은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