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가 50년만에 발생한 최악의 대홍수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으나 대홍수 이후의 복구 사업을 현명하게 추진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태국 현지 언론들은 11일 잉락 총리가 태국 중·북부에서 석 달 넘게 지속된 대홍수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잉락 총리는 대홍수로 국토의 3분의1이 물에 잠기는 국가적 위기를 맞아 유관 부처 간 업무를 원활하게 조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야당 출신이 시장으로 있는 방콕시와도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켜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차와논 인따라꼬말야숫 대변인은 "잉락 총리가 대홍수에 대처하는 동안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각료들을 통제하지도 못했다"면서 "잉락 정권은 아무런 방향성 없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홍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잉락 총리를 대상으로 불신임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잉락 총리의 친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집권 당시 여당이던 타이락타이당(TRT) 출신의 일부 전직 의원들이 현 여당인 푸어타이당을 위해 잉락 총리를 차렘 유밤룽 부총리나 쁘라차 쁘롬녹 법무장관으로 교체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잉락 총리가 이처럼 대홍수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으나 홍수 이후 복구·재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 대통합을 이룰 수 있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탁신 전 총리의 후광 아래 정계에 입문한 잉락 총리가 홍수 사태를 계기로 오빠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 경력이 전무한 잉락 총리는 지난 7월 실시된 조기총선에서 탁신 전 총리 추종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정계 입문 두 달여 만에 총리로 선출돼 정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탁신 전 총리는 지난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뒤 해외도피 생활을 하고 있으나 집권 기간 실시한 각종 서민정책으로 지금도 농민, 빈민층, 저소득층 노동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런 점들을 지적하면서 잉락 총리가 탁신 전 총리의 `꼭두각시', `분신'(clone)에 불과하다고 꼬집고 있다.
그러나 잉락 총리가 대홍수 이후의 복구 사업을 현명하게 이끌면서 국민 대통합에 성공한다면 야당 의 이런 비판을 떨쳐버리고 탁신 전 총리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잉락 총리는 최근 수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가적 재난을 맞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군부 등이 팀을 이뤄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국가 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태국 치앙마이주의 빠얍대학 정치학 교수인 폴 체임버스는 "잉락 총리가 홍수 복구 사업을 큰 문제없이 추진한다면 잿더미 속에서 솟아나는 불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youngbok@yna.co.kr
